왼손잡이 사사 에훗, 하나님이 숨겨두신 전략가
성경 속에는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인물들이 있다. 사사기 3장에 등장하는 에훗(Ehud)은 그 대표적인 예 중 하나다. 흔히 잘 알려진 모세, 다윗, 바울처럼 조명받지는 않지만, 에훗의 이야기는 단 한 장 안에 압축된 스릴과 신앙의 역설이 공존하는 강렬한 서사다. 특히 왼손잡이라는 특징이 하나님의 도구가 된다는 점에서, 그는 단지 사사가 아니라, 하나님이 숨겨두신 전략가였다.
1. 시대적 배경: 억압과 절망 속에 등장한 지도자
에훗의 시대는 혼돈의 시대였다.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을 떠나 우상 숭배에 빠졌고, 그 결과 하나님은 그들을 모압 왕 에글론의 손에 넘기셨다. 이스라엘은 18년 동안 모압의 지배를 받으며 고통을 겪었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억압이 아닌, 신앙과 정체성 자체가 흔들리는 위기의 시기였다. 이 때,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께 부르짖자, 하나님은 에훗을 일으키셨다.
2. 왼손잡이의 역설: 사회적 약점, 하나님의 전략이 되다
사사기 3장 15절은 에훗을 소개하며 "왼손잡이였다"는 점을 강조한다. 고대 근동 사회에서 왼손잡이는 전형적인 전사 이미지에서 벗어난, 비주류에 가까운 존재였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 '비표준적인' 특성을 전략으로 사용하신다. 에훗은 오른쪽 허리에 단검을 숨긴 채 왕에게 접근했고, 대부분의 경비병이 왼쪽만 수색하는 관행 덕분에 단검은 발각되지 않았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하나님께서 인간의 약점이라 여겨지는 지점마저 하나님의 계획 안에서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에훗은 자신의 왼손을 부끄러워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것을 통해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했다.
3. 정교한 암살, 믿음으로 실행된 전략
에훗의 행동은 단순한 충동적 암살이 아니었다. 그는 철저히 준비했고, 침착하게 실행했다. 조공을 바치는 일행과 함께 왕을 찾았고, 일행이 돌아간 후 왕에게 은밀한 메시지가 있다고 말하며 독대 자리를 유도했다. 성경은 에글론이 "심히 비둔한 자"였다고 묘사하며, 에훗이 단검을 그의 배에 찔렀을 때, 칼날과 자루가 모두 들어가고 칼이 빠지지 않을 정도였다고 기록한다.
이 장면은 단순한 묘사를 넘어, 당시 이스라엘이 받았던 억압의 상징인 에글론이 단칼에 쓰러지는 통쾌한 전환을 보여준다. 그리고 에훗은 당황하지 않고 문을 잠근 채 빠르게 탈출한다. 이 일련의 과정은 단지 용기를 넘어서,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신뢰한 믿음의 행동이었다.
4. 구원의 신호, 나팔을 부는 자
암살 이후 에훗은 세이라 지방에서 나팔을 불어 이스라엘 백성을 소집한다. 그는 단순한 해결사가 아니라, 백성을 일으켜 세운 지도자였다. 그와 함께한 이스라엘 군은 요단강 나루터를 장악하고 도망치는 모압 병사 약 1만 명을 죽였다. 이는 단순한 군사적 승리를 넘어, 하나님이 주신 해방의 상징적 사건이었다. 이 전투 이후, 이스라엘은 80년 동안 평화를 누렸다.
5. 에훗이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
에훗은 비범한 인물이 아니었다. 그는 왼손잡이라는 특성 외에는 평범한 베냐민 지파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가 하나님의 부르심에 귀 기울이고, 자신의 약점을 하나님의 도구로 삼았을 때, 그는 시대를 바꾸는 인물이 되었다.
오늘날 우리도 종종 자신의 부족함이나 사회적 약점 때문에 위축될 때가 있다. 그러나 하나님은 바로 그런 지점에서 역사하신다. 비주류, 주변부, 평범함 속에 하나님의 비범함이 자리 잡는다. 에훗은 그것을 보여준 산 증인이다.
그의 이야기는 신앙의 삶이란 단순한 기도나 경건함을 넘어서, 실제 삶의 현장에서 하나님의 뜻에 따라 전략적으로 살아내는 것임을 가르쳐준다. 하나님은 오늘도 '왼손잡이'를 찾고 계신다. 세상이 주목하지 않는 곳에서, 하나님의 일을 감당할 자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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