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구약 신약 인물로 보는 성경 (이용원 저 포함)

단 두 절, 인생을 바꾼 기도 - 야베스가 가르쳐주는 신앙의 핵심

by 건강한파프리카 2025. 3. 26.
반응형

"야베스의 기도, 고통의 이름을 축복으로 바꾼 믿음의 선언"


고통의 이름을 이긴 자, 야베스가 전하는 기도의 본질

성경은 단순한 서사 이상의 의미를 지닌 인물들을 곳곳에 배치한다. 그 중에서도 역대상 4장 9~10절에 단 두 절 등장하는 야베스(Jabez)는 짧지만 놀라운 신학적 깊이와 실천적 교훈을 던지는 인물이다. 그의 삶은 '이름'이라는 굴레와 맞서 싸운 이야기이며, 그의 기도는 수많은 신앙인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해준다. 이 글에서는 야베스의 이름, 삶, 그리고 기도가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는지 정교하게 들여다본다.

1. 이름 안에 각인된 운명, 그러나 그것을 넘어선 사람

히브리어로 '야베스'는 "고통"을 뜻한다. 역대상 4장 9절은 야베스의 어머니가 극심한 고통 속에 그를 낳았기에 그런 이름을 붙였다고 기록한다. 고대 근동에서 이름은 단순한 식별 수단이 아닌, 존재의 의미를 담은 상징이었다. 다시 말해, 야베스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고통의 사람'으로 낙인찍힌 셈이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그가 그 이름에 순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야베스는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다시 정의한 인물이다. 그는 고통을 자신의 본질로 받아들이지 않고, 하나님께 자신의 존재를 다시 써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개명 이상의 신앙적 행위였다.

2. 족보를 멈추게 한 인물, 기록의 의미

역대상 4장은 유다 지파의 족보를 빠르게 나열한다. 수십 명의 이름이 짧은 문장으로 흘러가는 가운데, 야베스에서 갑자기 멈춘다. 족보의 리듬을 끊으면서까지 야베스를 강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하나님께서 단지 혈통이나 출신이 아닌, 신앙의 태도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시는지를 보여준다. 야베스는 출신도, 업적도 알려진 바 없지만, 그의 '기도' 하나로 성경의 기록을 멈추게 만든 사람이다. 그만큼 그의 기도는 구조적, 신학적으로 중요하다.

3. 야베스의 기도 분석: 네 겹의 신앙 고백

역대상 4장 10절에서 야베스는 네 가지 요청을 한다. 이 기도는 단순한 개인적 소망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자기 존재를 재구성하는 깊은 신앙의 선언이다.

1) "복을 주시려거든"

단순한 복의 나열이 아니라, 전제조건처럼 표현된 이 문장은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복의 주권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인정하는 고백이다. 그는 복의 근원을 하나님께만 두고 있다.

2) "나의 지역을 넓히시고"

지역, 곧 삶의 터전과 영향력의 확장을 의미한다. 이는 단지 재산의 증대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야베스가 하나님의 목적 안에서 자신이 감당해야 할 영역이 넓어지기를 구한 것이다.

3) "주의 손으로 나를 도우사"

하나님의 손은 구약에서 보호와 인도의 상징이다. 야베스는 자신의 힘이 아닌, 하나님의 손에 붙들려 살아가길 원했다. 이는 철저한 의존의 표현이자, 하나님 중심적 삶의 고백이다.

4) "환난을 벗어나 근심이 없게 하옵소서"

이 요청은 단순한 고통 회피가 아니다. 그는 자신의 이름과 과거로부터의 단절을 구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삶이 더 이상 '야베스'답지 않기를, 하나님 안에서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기를 구했다.

이 기도의 마지막 문장은 강렬하다. “하나님이 그가 구하는 것을 허락하셨더라.” 이는 단지 응답의 사실 기록이 아니라, 하나님의 성품과 원칙을 드러낸 선언이다. 믿음으로 드린 기도는 반드시 응답된다는 하나님의 일관된 신실하심이 담겨 있다.

4. 하나님의 응답은 기도자의 정체성과 연결된다

야베스가 받은 응답은 기도의 내용 때문만은 아니다. 그의 기도는 자기 연민이나 세속적 욕망이 아닌, 신앙적 정체성을 회복하려는 간절함이 있었다. 그는 자신의 과거를 하나님께 맡기고, 새로운 미래를 여는 문을 두드린 것이다.

이러한 태도야말로 하나님의 응답을 이끌어내는 믿음의 본질이다. 하나님은 늘 복 주시기를 기뻐하신다. 그러나 그 복이 하나님 중심적 삶을 위한 것일 때, 그 응답은 더욱 풍성해진다. 야베스의 기도는 그 복이 '하나님과 동행하기 위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5. 오늘 우리에게 야베스가 주는 적용적 메시지

야베스의 이야기는 짧지만, 그 안에 삶을 바꾸는 원리가 담겨 있다. 그것은 기도가 단지 필요를 아뢰는 도구가 아니라, 존재의 틀을 바꾸는 능력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자신에게 던질 수 있다.

  • 나는 내 이름(정체성)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 과거의 아픔이나 주변의 낙인을 신앙으로 어떻게 전환하고 있는가?
  • 나의 기도는 세속적 욕망인가, 하나님 중심의 고백인가?
  • 나는 나의 지경이 넓어지는 것을 단지 성공으로만 바라보는가, 아니면 사명과 연결시키는가?

야베스는 더 큰 소유를 원한 것이 아니라, 더 깊은 삶의 변화와 하나님의 임재를 원했다. 그는 축복을 갈망했지만, 그 축복의 목적 또한 하나님과의 친밀함에 있었다.

6. 야베스의 기도, 오늘 우리의 기도가 되도록

야베스는 장대한 연설도, 눈에 띄는 이적도 없었다. 그러나 그의 삶은 '기도' 하나로 완전히 바뀌었다. 그리고 하나님은 그 기도를 외면하지 않으셨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짧고 단순할지라도, 믿음과 방향이 뚜렷한 기도는 하나님의 응답을 이끌어낸다.

고통스러운 이름을 딛고 일어난 야베스는, 오늘날 우리가 삶의 한가운데서 어떤 고백을 해야 할지를 묻는다. 이름 때문에, 과거 때문에, 환경 때문에 움츠러들었던 삶을 멈추고, 하나님께 나아가 다시 '지경'을 구하라.

하나님은 오늘도 듣고 계신다. 그리고 응답하신다. 야베스처럼, 믿음으로 말하는 자의 기도를 말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