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구약 신약 인물로 보는 성경 (이용원 저 포함)

브리스길라와 아굴라, 바울도 의지한 부부 리더십의 본보기

by 건강한파프리카 2025. 5. 8.
반응형

 

 

성경속 최고의 부부 리더, 브리스길라와 아굴라 이야기

 

브리스길라와 아굴라는 신약성경에 자주 등장하지 않지만, 사도 바울조차 이 부부를 '나의 동역자'라고 부를 만큼 초대교회에서 큰 영향력을 미친 인물이다. 그들은 단지 바울의 친구나 조력자가 아니었다. 오늘날의 교회가 잊고 있는 '부부 사역의 본보기', 그리고 신앙과 일상, 가정과 교회를 조화롭게 이끌었던 놀라운 리더십의 모델이었다.

 

바울을 지탱한 그늘 속 동역자들

 

사도행전 18장은 브리스길라와 아굴라의 첫 등장을 기록한다. 그들은 로마에서 추방된 유대인으로서 고린도에 정착한 천막 만드는 부부였다. 바울이 고린도에 머물면서 이들과 같은 직업을 가진 덕분에 함께 지내게 되었고, 이 만남은 단순한 동업을 넘어 사역의 동반자가 되는 전환점이 되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단지 물질적 지원을 한 후원자가 아니라, 바울과 함께 직접 복음을 전하고 교회를 세우는 핵심 리더였다는 점이다. 로마서 16장에 바울은 그들을 "나의 동역자"라고 부르고 있으며, 심지어는 "그들이 자기들의 목숨을 내놓았다"는 극찬까지 덧붙인다. 이는 단순한 우정이 아니라 복음을 위한 공동 헌신의 결과였다.

 

여성이 앞에 언급되는 특별한 이유

 

성경은 문맥과 순서를 매우 조심스럽게 다루는 문서다. 흥미롭게도 브리스길라와 아굴라의 이름이 나올 때 대부분 브리스길라가 먼저 언급된다. 이는 당시 가부장적인 사회 구조 속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학자들은 이를 통해 브리스길라가 아굴라보다 더 주도적인 사역자였거나, 적어도 동등한 영적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었다고 본다.

이는 오늘날 교회에서 여성 리더십을 둘러싼 논의에 신선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브리스길라는 단순히 아굴라의 아내가 아니라, 그 자체로 복음을 전하고, 교회를 세우며, 심지어 설교자 아볼로를 가르칠 정도의 영적 깊이를 가진 리더였다.

 

가르침의 장면, 아볼로와의 만남

 

사도행전 18장 후반에는 브리스길라와 아굴라가 알렉산드리아 출신의 유능한 설교자 아볼로를 만나는 장면이 등장한다. 아볼로는 열정은 있었지만 복음에 대한 이해가 다소 부족했다. 이 부부는 아볼로를 집으로 초대하여 '하나님의 도를 더 정확하게 풀어 설명해 주었다'.

여기서 핵심은 그들이 공개적으로 비판하거나 논쟁을 벌인 것이 아니라, 부부가 함께 조용히 가정에서 진리를 나누며 공동체를 세웠다는 점이다. 교회 밖에서도, 가정 안에서도 복음을 나누는 삶의 태도는 오늘날 그 어떤 전도 전략보다도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다.

 

브리스길라와 아굴라, 숨은 리더십의 표본

 

브리스길라와 아굴라는 단지 교회를 도운 이들이 아니다. 그들은 교회 그 자체였다. 자신들의 집을 교회로 내어주었고, 직접 복음을 가르치며, 예루살렘에서 에베소, 로마까지 옮겨 다니며 교회의 기초를 세웠다. 그들의 헌신은 화려한 연단에서가 아니라, 가정이라는 삶의 자리에서 드러났다.

이 부부는 단지 성도들을 '환대'한 것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먹고 자고, 나누고, 기도하고, 교육했다. 그들의 집은 단순한 거처가 아니라 공동체의 중심이었으며, 그 자체가 교회였던 것이다.

 

현대 교회에 주는 메시지

 

브리스길라와 아굴라는 교회가 잊고 있는 중요한 진리를 일깨운다. 교회는 건물이 아니라 사람이며, 리더는 직함이 아니라 삶으로 세워진다. 그들은 제도권에서 직분을 맡은 목회자가 아니었지만, 공동체의 실제 중심이었다.

오늘날 교회는 여전히 '목사', '장로', '집사'라는 호칭에 많은 권위를 부여한다. 그러나 신약의 교회는 그런 직분이 아니라 '동역자', '형제', '자매'로서 복음을 나누는 공동체였다. 브리스길라와 아굴라는 이러한 사도적 공동체의 실체를 보여준다.

 

또한 부부 사역의 중요성도 재조명해야 한다. 오늘날 교회는 남성 중심의 리더십과 여성의 조력자 역할에 안주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브리스길라와 아굴라는 남성과 여성, 부부가 함께, 동등하게 교회를 세우는 놀라운 모델을 제공한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그러나 누구보다 위대한

브리스길라와 아굴라는 기독교 역사 속에서 그리 주목받지 못한 이름들이다. 하지만 사도 바울이 마지막 인사를 전할 때 가장 먼저 언급한 동역자가 바로 이 부부였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깊은 질문을 던진다.

"하나님은 누구를 쓰시는가?"

무대 위의 스타가 아닌, 무대 뒤에서 조용히 그 무대를 지탱하는 사람들. 자신의 가정을 열어 교회로 만든 사람들. 복음을 전한 설교자가 아니라, 설교자를 양육한 사람들.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브리스길라와 아굴라와 같은 사람들이다.

 

신앙과 일상의 경계가 무너지고, 가정과 교회가 하나가 되고, 부부가 함께 복음을 전하는 시대.

그것이 바로 하나님 나라의 모형이며, 교회의 본질이다.

그리고 그 출발점에 브리스길라와 아굴라가 있었다.

반응형